고려시대에도 ‘가짜 뉴스’가 있었을까? 유언비어 단속 실태

 


오늘날 ‘가짜 뉴스’는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확산 속도도 빠르고 파급력도 크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정보를 퍼뜨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는 결코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려시대에도 ‘유언비어’ 또는 ‘사설(邪說)’로 불린 가짜 뉴스가 사회 혼란을 야기했고, 이를 단속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가 실제로 존재했다. 이 글에서는 고려 시대 유언비어의 유형, 유포 경로, 그리고 국가가 이를 어떻게 통제했는지를 고찰하며, **가짜 뉴스의 뿌리가 생각보다 오래되었음을 밝힌다.**

1. 고려 시대 ‘유언비어’의 개념

고려시대에는 ‘가짜 뉴스’라는 말은 없었지만, **사설(邪說)**, **도참(圖讖)**, **요언(妖言)** 등의 이름으로 허위 정보나 괴담이 유포되었다. 주로 다음과 같은 유형이었다:

  • 왕실 관련 루머 – 국왕의 병환, 후계 문제, 궁중 내란 등 민감한 소문
  • 이적 행위 오해 – 특정 인물의 반역 모의, 외국과 내통 등의 거짓 정보
  • 도참설 – ‘○○년 ○○별이 떨어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종말론적 예언
  • 역모 조작 –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조작된 고변 내용

이러한 정보는 단순한 유희를 넘어서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민중 봉기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2. 가짜 뉴스 유포 경로: 장터, 주막, 사찰

정보가 유통되던 공간은 현재의 미디어 대신 **‘장터’**, **주막**과 같은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였다. 특히 **상인과 보부상**은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사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일부 승려들이 도참설이나 천문을 근거로 정권 비판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천재지변이 일어난 직후에는 “왕이 덕을 잃었다”는 식의 해석이 확산되었고, 이는 국정 불안으로 이어졌다.

3. 고려 정부의 유언비어 단속 방식

고려 정부는 유언비어를 엄격히 금지했고, 이를 유포한 자는 **형벌 또는 유배**에 처했다. 다음은 실제 사례다:

  • 문종 18년(1064) : “왕이 병으로 곧 죽는다”는 소문을 퍼뜨린 자를 국문(拷問) 후 유형
  • 충렬왕 30년대 : 도참설을 인용해 반란을 선동한 자를 ‘사형’에 처함
  • 우왕 6년(1380) : 전란 중 ‘왜구가 개경에 다가왔다’는 허위 정보 유포자 공개 처형

국가는 이러한 조치를 **“백성의 동요를 막고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4. 가짜 뉴스의 정치적 활용

고려 말기 혼란기에는 유언비어가 정치 도구로 적극 활용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신돈의 몰락**이다. 개혁 정치가였던 신돈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은 음행 루머, 독살 음모설에 휘말려 실각했고, 이 과정에서 사헌부와 사관들이 ‘풍문’을 근거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일부 왕자들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정적에 대한 허위 고변을 자행했고, 그 중 다수가 **사실로 둔갑되어 처형**으로 이어졌다.

5. 고려시대 가짜 뉴스 유형 정리

유형 내용 주요 유포 공간 국가 대응
왕실 루머 국왕 병환, 후궁 독살 등 궁중 하인, 주막 국문 후 유형 또는 처형
도참설 예언, 별자리, 천재지변 예측 사찰, 민간 천문가 금서 지정, 설법 금지
역모 루머 신하의 반역 모의 고변 관료, 문신 사이 옥사로 확대, 고문 조사
외세 공포 확산 왜구 침공, 몽고군 도래 등 과장 시장, 보부상 유포자 처형, 공문 반박 유포

결론: 고려에도 ‘팩트 체크’가 필요했다

고려 시대의 가짜 뉴스는 단순한 루머가 아니라, **권력의 향방을 좌우하는 정치적 무기**였다. 이를 퍼뜨린 자는 개인일 수 있었지만, 그 배후에는 권력 다툼, 이념 대립, 민심 조작이 숨어 있었다. 오늘날에도 가짜 뉴스는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이며, 역사적으로도 그 폐해는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고려 시대 유언비어 단속 사례를 통해 우리는 ‘정보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천 년 전에도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가짜 뉴스라는 현대 문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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